내가 철이 들기 시작한 후로부터 지금까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모두 유리 너머의 세상이었어. 그 유리의 모양, 무게, 두께는 조금씩 달라졌지만, 근본적으론 아무 것도 달라진 것도 없었고.
조금만 밝아도, 조금만 어두워도 보이는게 없었고, 동갑 아이들이 red light, green light을 배울때 난 사람들 눈치 보는 법을 배워야 했지. 그래도 살 만 했어. 지금까지 잘 살아 왔고. 그래도 아예 앞 못보는 사람들 보다 낫다는데 감사하며 살았어.
딱 두 번인가, 컨택트 렌즈를 맞춘 적이 있지. 이내 잃어버리거나 눈이 아파서 때려쳤지만. 어쨌든.
안경을 벗고 컨택트 렌즈를 끼고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알던 그 것이 아니었어.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결국 '내가 보는 세상'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이더라.
햇빛도, 하늘도, 야경도. 그 수많은 것들이 말이지. 너무 이쁘더라.
게다가
키스할때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말이지. 히히.
그래도 편의상 안경을 낄 수 밖에 없었어. 계속 나빠지는 시력에 맞춰 때마다 안경에 컨택트 렌즈까지 같이 맞추는건 너무 버거웠으니까.
그렇게 스물 몇 해가 지나고. 아직도 안경을 끼고 있지만 지금도 세상은 볼만하고, 살만해.
"나이가 들면 눈이 나빠지는 속도도 둔화되서 괜찮을 것이다"라는 그 말만 믿고 살았는데. 갑자기 이렇게 된건지, 아니면 애초에 의사들은 알면서도 어린 나에게 그렇게 말한건지.
오늘 컨택트 렌즈를 사러 가야겠어. 남들이 뭐라던 상관 없이.
만약이지만,
가능할 때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이 봐두는게 나을 것 같아.
징징대고싶다. 구질구질하네 이거.